그림의 값, 예술의 값 - 7# 예술과 소비 – 굿즈로 팔리는 미술의 가치
#7 예술과 소비 – 굿즈로 팔리는 미술의 가치
전시를 보고 나오며 굿즈숍을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아요.
엽서 하나, 에코백 하나쯤은 손에 들고 나오게 되죠. 심지어 전시보다 굿즈가 더 인상 깊었다는 말도 종종 들려요.
미술이 ‘작품’에서 ‘굿즈’로 확장되는 시대. 우리는 지금 예술을 소비하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배우고 있어요.
이번 편에서는 ‘굿즈로 소비되는 예술’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미술 굿즈 시장이 이렇게 커졌다고?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미술관 및 전시 관련 굿즈 시장 규모는 약 1,4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돼요.
이는 미술품 거래액(약 1조 원)의 10~15%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제 굿즈는 ‘부가 수익’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시장이에요.
대표적인 예로는
- 국립현대미술관 굿즈샵
- 서울시립미술관의 한정판 아트북
- 프리즈 서울 VIP 한정 리미티드 에디션 포스터 등
전시마다 자체 브랜딩된 굿즈 라인업이 필수처럼 따라붙고 있죠.
1. 굿즈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엽서, 머그컵, 노트, 뱃지, 패브릭 포스터까지…
이 모든 게 작품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요즘 굿즈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작가의 세계관이나 작품 속 철학을 재해석한 2차 창작물에 가까워요.
예를 들어, 2023년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에서 나온 캐릭터 키링은
작가 본인이 디자인한 미공개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수익 일부는 작가 재단에 기부되기도 했어요.
즉, 굿즈가 작가의 세계를 대중에게 열어주는 친절한 창구가 되고 있는 거예요.
2. ‘굿즈를 위해 전시 가는 사람들’
요즘 전시장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소장하고 싶은 감성’을 구매하러 가는 공간이 되었어요.
SNS에서도 “이 전시 굿즈 미쳤다”, “엽서 패키지 너무 예뻐서 질렀다”
같은 피드가 전시 감상 후기보다 더 많이 회자되기도 해요.
그리고 실제로 10대~30대 여성 관람객 중 63%가 전시 굿즈를 위해 입장권을 구매한 적이 있다는 설문 결과도 있어요.
이는 미술이 이제 정서적 만족과 감각적 소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경험으로 변했다는 걸 보여줘요.
3. 굿즈로 돈을 버는 작가들
이런 흐름은 작가에게도 중요한 생계의 수단이 되고 있어요.
- 소형 프린트에 사인한 리미티드 드로잉
- 전시 연계 문구류
- AI 기반으로 만든 인터랙티브 엽서 등
굿즈 판매를 통해 초기 작가들도 고정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고,
작품이 부담스러웠던 관람객은 더 가볍게 예술을 소유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일러스트 작가 C는 2022년 전시 당시 리미티드 엽서 세트를 5,000개 제작했는데,
단 3주 만에 전량 매진, 총 2,5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냈어요.
4. 예술과 소비, 이대로 괜찮을까?
물론 반대 의견도 있어요.
“작품보다 굿즈가 더 중요해지는 거 아냐?”,
“미술이 상품처럼 소비되는 건 예술성 훼손이다.”
하지만 소비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굿즈를 사는 건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그 감동을 더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니까요.
이제는 예술을 소유하는 방식도 다양해져야 해요.
그림만이 예술의 완성이 아니라,
굿즈도 예술의 또 다른 번역일 수 있어요.
다음편 예고
[8] 예술과 후원 – 돈이 예술을 만든다고?
작가가 창작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누가, 어떻게 후원하고 있을까요?